크라운 재료, 지르코니아·PFM·골드 뭐가 다른가요

지르코니아가 무조건 좋을까요 — 크라운 재료를 고르는 진짜 기준
50대 초반 환자분이 어금니 크라운을 앞두고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요즘은 다 지르코니아 한다면서요? 제일 좋은 걸로 해주세요. 금니는 옛날 거잖아요."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어느 재료가 제일 좋다기보다, 그 이가 어느 자리에 있고 환자분이 이를 얼마나 세게 무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지난 네 글에서 크라운의 통증, 수명, 브릿지와의 비교, 신경치료 후 씌우기를 다뤘습니다. 그때마다 "재료에 따라 다르다"고만 말씀드렸는데, 이번엔 그 재료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이 글에서 환자분이 가져가셨으면 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대표 재료 세 가지가 어떻게 다른지입니다. 둘째, 생존율에 실제로 차이가 있는지입니다. 셋째, 자리별로 어떤 선택이 합리적인지입니다.
먼저 용어를 정리하겠습니다.
크라운 재료: 이를 덮는 인공 덮개를 무엇으로 만드느냐. 크게 하얀 세라믹 계열, 금속에 도자기를 입힌 것, 금 같은 금속 계열로 나뉩니다.
크라운 재료에는 어떤 게 있나요?
진료실에서 환자분이 실제로 마주하는 선택지는 대체로 셋입니다.
- 지르코니아: 하얗고 단단한 세라믹입니다. 통째로 지르코니아로만 깎아 만드는 방식과, 안쪽 뼈대만 지르코니아로 하고 겉에 도자기를 입히는 방식이 있습니다.
- 금속도재(PFM): 안쪽은 금속 뼈대, 겉은 하얀 도자기를 입힌 것입니다. 오랫동안 표준으로 쓰여 온 재료입니다.
- 금 계열 금속: 하얗지 않아 눈에 띄지만, 얇게 만들어도 잘 버티고 맞은편 이를 덜 상하게 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어떤 재료가 제일 오래 가나요?
가장 궁금해하실 부분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요즘 쓰이는 주요 재료들 사이에 뚜렷한 우열은 없습니다.
여러 연구를 종합한 분석에서 5년 생존율은 금속도재 98.3%, 지르코니아 97.6%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겉도자기가 깨지는 비율도 두 재료가 비슷했습니다(2.9% 대 2.8%). 다만 차이가 난 부분이 있습니다. 지르코니아는 재료 자체가 부러져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반대로 심미적인 불만은 금속도재보다 적었습니다 [Pjetursson BE, Valente NA, Strasding M, Zwahlen M, Liu S, Sailer I. A systematic review of the survival and complication rates of zirconia-ceramic and metal-ceramic single crowns. Clinical Oral Implants Research. 2018;29(Suppl 16):199–214. DOI: 10.1111/clr.13306].
한 가지 더 알아두시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겉에 도자기를 입힌 구조는 그 도자기가 떨어져 나가는 일이 생기는데, 통째로 한 재료로 깎아 만드는 방식은 그 위험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힘을 많이 받는 어금니에는 통째로 만든 구조가 선호되는 흐름이 있습니다.
그럼 지르코니아가 무조건 정답 아닌가요?
여기서 통념을 부드럽게 짚겠습니다. "요즘은 지르코니아가 제일 좋고, 금니는 옛날 것이다" — 절반만 맞습니다.
지르코니아가 널리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얗고, 단단하고, 심미적 만족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아주 단단하다는 성질에는 이면이 있습니다. 마주 보는 자연치를 상대적으로 더 마모시킬 수 있고, 표면이 거칠면 그 경향이 커집니다. 이갈이가 심한 분이라면 이 부분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금 계열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에 띈다는 큰 단점이 있지만, 얇게 만들어도 잘 버티기 때문에 이를 덜 깎아도 되고, 맞은편 이를 부드럽게 대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잘 안 보이는 안쪽 어금니에는 지금도 합리적인 선택지입니다.
크라운을 고를 때 정말 중요한 건 어느 재료가 최신인지가 아니라, 그 이가 잘 보이는 자리인지 힘을 많이 받는 자리인지입니다. 앞니는 보이는 게 중요하고, 안쪽 어금니는 버티는 게 중요합니다.
재료별로 한눈에 비교하면
환자분이 진료실에서 바로 대입해 보실 수 있게 정리했습니다.
| 비교 항목지르코니아금속도재(PFM)금 계열 | |||
| 색 | 하얗고 자연스러움 | 하얗지만 잇몸 쪽 어두워질 수 있음 | 금색, 눈에 띔 |
| 강도 | 매우 단단함 | 튼튼함 | 잘 버티고 잘 안 깨짐 |
| 이를 깎는 양 | 비교적 많이 | 비교적 많이 | 얇아도 되어 적게 |
| 맞은편 이 | 더 마모시킬 수 있음 | 겉도자기가 마모시킬 수 있음 | 상대적으로 덜 상함 |
| 흔한 문제 | 재료 자체 파절 | 겉도자기 깨짐, 잇몸 경계 어두움 | 심미적 불만 |
| 잘 맞는 자리 | 앞니·잘 보이는 어금니 | 두루 쓰임 | 잘 안 보이는 안쪽 어금니 |
그럼 저는 뭘 골라야 하나요? 체크할 6가지
- 그 이가 웃을 때 보이나요 — 보이면 하얀 재료가 우선순위가 됩니다.
- 이갈이나 이 악물기가 심한가요 — 반복되는 큰 힘을 견뎌야 합니다.
- 맞은편이 자연치인가요, 보철인가요 — 마주 보는 이를 얼마나 상하게 할지가 달라집니다.
- 남은 이를 얼마나 깎아야 하나요 — 이를 덜 깎아도 되는 쪽이 유리한 경우가 있습니다.
- 잇몸이 얇거나 내려가 있나요 — 금속 뼈대의 어두운 선이 비칠 수 있습니다.
- 금속 알레르기가 있나요 — 재료 선택에 영향을 줍니다.
저렴한 걸 고르면 손해 보는 걸까요?
비용 이야기가 나오면 "싼 걸 고르면 금방 망가지는 것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주요 재료들의 생존율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크라운의 수명을 좌우하는 건,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듯 크라운과 잇몸이 만나는 경계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입니다. 그러니 형편에 맞는 재료를 고르셨다고 해서 그것이 곧 실패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갈이가 심하거나 자리 조건이 까다로우면, 그 조건에 맞는 재료를 고르는 것이 결과적으로 덜 고생하는 길일 수 있습니다.
저희 진료실 사례 둘
50대 초반 남성 환자분. 이갈이가 심하고 안쪽 어금니라 잘 보이지 않는 자리였습니다. 상의 끝에 금 계열로 결정했고, 이를 많이 깎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쓰고 계십니다. 잘 안 보이는 자리에서는 지금도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30대 후반 여성 환자분. 웃을 때 보이는 작은 어금니라 색이 중요했습니다. 하얀 세라믹으로 진행했고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보이는 자리에서는 심미가 결정에 큰 몫을 합니다.
환자분이 꼭 기억하실 5가지
- 주요 재료들 사이에 생존율의 뚜렷한 우열은 없습니다. 5년 생존율이 대체로 비슷합니다.
- 지르코니아가 무조건 정답은 아닙니다. 단단한 만큼 맞은편 이를 더 마모시킬 수 있습니다.
- 금 계열은 옛날 것이 아닙니다. 안 보이는 어금니에서는 지금도 좋은 선택지입니다.
- 자리와 씹는 힘이 기준입니다. 앞니는 보이는 것, 어금니는 버티는 것이 우선입니다.
- 재료보다 관리가 수명을 좌우합니다. 크라운과 잇몸 경계를 잘 닦으세요.
서울비디치과 문석준 원장입니다. "제일 좋은 걸로 해주세요"라는 말씀을 들을 때마다, 가장 좋은 재료보다 그 자리에 맞는 재료가 따로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