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니가 깨지거나 부러졌을 때, 얼마나 급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앞니가 부러졌어요 — 조각을 버리지 마세요, 다시 붙일 수도 있습니다
20대 초반 환자분이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오셨습니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앞니 절반이 부러진 상태였습니다. "부러진 조각은요?" 하고 여쭙자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어차피 못 쓸 것 같아서 그냥 두고 왔어요." 저는 잠깐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조각은 다시 붙일 수 있는 재료였기 때문입니다.
지난 글에서 이가 통째로 빠졌을 때를 다뤘습니다. 이번엔 그보다 훨씬 흔한 상황, 이가 부러지거나 깨진 경우입니다. 이 글에서 환자분이 가져가셨으면 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부러진 정도에 따라 얼마나 급한지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둘째, 신경이 드러났는지 어떻게 알아채는지입니다. 셋째, 부러진 조각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입니다.
먼저 용어를 정리하겠습니다.
치아 파절(crown fracture): 충격으로 치아의 머리 부분이 깨지거나 부러진 상태. 겉껍질만 깨진 경우부터 안쪽 신경까지 드러난 경우까지 정도가 다양하며, 그 정도에 따라 급한 정도와 치료가 달라집니다.
이가 부러졌는데, 지금 당장 병원에 가야 하나요?
가장 먼저 답부터 드리겠습니다. 통째로 빠진 것만큼 분초를 다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며칠씩 미룰 일도 아닙니다.
치아는 크게 세 겹입니다. 바깥의 단단한 껍질(법랑질), 그 안의 노란 속살(상아질), 그리고 가장 안쪽의 신경과 혈관(치수)입니다. 어디까지 부러졌느냐가 급한 정도를 결정합니다.
- 껍질만 살짝 깨진 경우: 시린 느낌도 거의 없습니다. 비교적 급하지 않지만, 날카로운 모서리가 혀나 입술을 다치게 할 수 있어 다듬는 것이 좋습니다.
- 속살까지 부러진 경우: 찬 물이나 바람에 시립니다. 드러난 속살은 신경으로 통하는 미세한 관이 열린 상태라, 세균이 들어가지 않게 되도록 빨리 덮어야 합니다.
- 신경까지 드러난 경우: 부러진 단면 가운데에 붉은 점이 보이거나 피가 비칩니다. 가장 급합니다. 되도록 당일 진료받으셔야 합니다.
신경이 드러났는지 집에서 어떻게 아나요?
환자분이 스스로 확인하실 수 있는 신호를 정리했습니다.
- 부러진 단면 가운데에 붉은 점이 보인다 — 신경이 드러난 가장 뚜렷한 신호입니다.
- 단면에서 피가 배어 나온다 — 신경 노출을 의미합니다.
-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린다 — 신경이 자극받고 있습니다.
- 찬 바람·찬 물에 짜릿하게 시리다 — 속살이 드러난 상태일 수 있습니다.
- 부러진 면이 노랗게 보인다 — 껍질을 지나 속살까지 왔다는 뜻입니다.
- 혀로 만지면 날카롭게 걸린다 — 모서리 다듬기가 필요합니다.
- 씹을 때 아프거나 이가 흔들린다 — 뿌리나 잇몸까지 다쳤을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
붉은 점이나 피가 보이면 그날 안에, 시린 느낌만 있다면 하루 이틀 안에, 겉만 깨졌다면 며칠 안에 진료받으시길 권합니다.
부러진 조각, 버려야 하나요?
여기서 가장 아까운 오해를 바로잡겠습니다. "부러진 조각은 어차피 못 쓴다" — 그렇지 않습니다.
부러진 조각이 온전히 남아 있다면, 그 조각을 원래 자리에 다시 붙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국제 외상 치료 지침도 조각이 있을 때 다시 붙이는 것을 권장합니다 [Bourguignon C, Cohenca N, Lauridsen E, et al.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Dental Traumatology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traumatic dental injuries: 1. Fractures and luxations. Dental Traumatology. 2020;36(4):314–330. DOI: 10.1111/edt.12578]. 내 치아 조각이므로 색과 투명도가 원래 이와 정확히 같습니다. 인공 재료로 아무리 잘 만들어도 흉내 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부러진 조각을 살릴 수 있느냐를 가장 강하게 결정하는 건 조각이 얼마나 크냐가 아니라, 그 조각이 마르지 않게 보관됐느냐입니다. 조각이 바싹 마르면 색이 뿌옇게 변하고 잘 붙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난 글과 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 조각을 찾으면 우유나 식염수에 담가 오세요. 마른 휴지에 싸는 것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신경이 드러나면 무조건 신경치료를 하나요?
여기서 환자분들이 흔히 갖는 통념을 부드럽게 반박하겠습니다. "신경이 드러났으면 곧바로 신경치료(뿌리 안을 비우는 치료)를 해야 한다" — 절반만 맞습니다.
과거에는 신경이 노출되면 바로 신경치료로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지침은 다릅니다. 외상으로 드러난 신경은 세균 오염이 적고 노출 시간도 짧아 살아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 지침은 신경이 드러난 파절에서, 오염된 신경 표면만 얕게 덜어내고 약재로 덮어 신경을 살리는 방법(부분 치수절단술이나 치수복조)을 먼저 고려하도록 권합니다. 특히 뿌리가 아직 자라는 중인 어린 환자분에게는 신경을 살리는 것이 뿌리 성장을 위해 중요합니다.
정직하게 한계도 말씀드립니다. 신경을 살리는 시도가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지나 신경이 죽으면 결국 신경치료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그래도 처음부터 신경을 비우기보다, 살릴 기회를 먼저 주는 쪽이 지금의 원칙입니다.
어느 정도 부러졌을 때 어떻게 치료하나요?
환자분이 자기 상황을 가늠하실 수 있게 정리했습니다.
| 부러진 정도어떤 느낌?얼마나 급한가주로 어떻게 | |||
| 껍질만 깨짐 | 시리지 않음, 모서리가 날카로움 | 며칠 내 | 모서리 다듬기, 필요 시 때움 |
| 속살까지 부러짐 | 찬 것에 시림, 노란 단면 | 하루 이틀 내 | 드러난 면을 덮어 보호, 조각 재부착 또는 때움 |
| 신경까지 드러남 | 붉은 점·피, 욱신거림 | 되도록 당일 | 신경 살리는 처치 우선, 이후 필요 시 신경치료 |
앞니가 부러진 채로 다니는 게 창피해서 미루고 계셨다면
앞니가 부러지면 통증보다 남의 시선이 먼저 걱정되어, "어차피 큰 치료를 해야 할 텐데" 하며 병원을 미루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마음을 저는 이해합니다.
다만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루는 사이에 드러난 속살로 세균이 들어가면, 원래는 살릴 수 있었던 신경이 죽어 결국 더 큰 치료로 넘어갑니다. 부러진 것은 환자분 잘못이 아닙니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납니다. 하지만 지금 오시면 선택지가 더 많다는 것, 그것만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희 진료실 사례 둘
20대 초반 남성 환자분. 앞니 절반이 부러졌지만 조각을 두고 오셨습니다. 신경은 다행히 드러나지 않아 인공 재료로 복원했습니다. 조각을 우유에 담아 오셨다면 색이 더 자연스러운 복원이 가능했을 상황입니다.
10대 후반 여학생. 부러진 단면 가운데에 붉은 점이 보여 당일 오셨습니다. 신경이 드러난 상태였지만 시간이 짧아, 오염된 신경 표면만 얕게 덜어내고 덮어 신경을 살리는 처치를 했습니다. 이후 경과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빨리 오신 덕분에 신경을 비우지 않을 기회를 얻은 경우입니다.
환자분이 꼭 기억하실 5가지
- 부러진 정도에 따라 급한 정도가 다릅니다. 붉은 점·피가 보이면 되도록 당일 진료받으세요.
- 부러진 조각을 버리지 마세요. 우유나 식염수에 담가 가져오시면 다시 붙일 수 있습니다.
- 조각을 마른 휴지에 싸지 마세요. 마르면 색이 변하고 잘 붙지 않습니다.
- 신경이 드러났다고 무조건 신경치료는 아닙니다. 요즘은 신경을 살리는 처치를 먼저 고려합니다.
- 창피해서 미루지 마세요. 빨리 올수록 선택지가 많습니다.
서울비디치과 문석준 원장입니다. 부러진 조각을 그냥 버리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 그 조각이 얼마나 좋은 재료인지 꼭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